1. 현행 저작권법과 AI 창작물의 한계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AI가 스스로 만들어낸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은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기획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한 경우라 하더라도, 결과물에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명확하지 않다면 저작권 등록은 불가능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12월, AI 저작물 관련 첫 공식 정책인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하며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안내서는 AI 단독 창작물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인간과 AI가 협업한 창작물도 인간의 창작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예컨대, AI로 만든 음악을 사람이 편집해 앨범으로 구성했다면, 그 ‘편집 저작물’에 한해서만 권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의로 AI 생성물을 자신의 창작물로 등록하려 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돼 있습니다.

2. AI 학습 데이터 활용과 TDM 면책 규정 부재

AI가 똑똑해지려면 수많은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AI 학습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인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를 대비한 법제화를 이미 추진 중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일정 조건 하에서 AI 학습에 저작물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TDM에 대한 명확한 면책 규정이 없습니다. 결국 AI 개발사는 저작물 사용의 적법성을 사후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이는 법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해, AI 사업자에게 학습 데이터 사용 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콘텐츠라도 무조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AI 생성물 이용자가 침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사용자 책임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AI 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건건이 허락받고 계약해야 한다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3. 정부 및 국회의 입법 움직임과 논의 현황

정부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3년 초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학계·법조계·산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작권자 보호와 산업 혁신 사이의 균형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에 발표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는 정부가 제도화 이전 단계에서 마련한 정책적 기준입니다. 여기에 AI 사업자, 이용자, 창작자 각각에 대한 세부 지침이 포함돼 있고, 2024년 4월에는 영문본도 제작되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회원국에 배포되었습니다. 이는 K-콘텐츠가 해외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입법부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국회에는 TDM 예외 도입과 AI 창작물 정의 등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창작자와 산업계의 입장 차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AI 저작물을 별도 개념으로 분류해 5년 정도의 권리 보호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문체부는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 향후 법제 개선 방향과 과제

향후 과제는 명확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AI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법제도’ 마련입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보상을 해야 하는지, 인간의 창작성이 일부라도 포함된 AI 산출물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세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합니다.

한편,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고정된 법률보다는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발전을 유도하고, 필요한 시점에 점진적인 입법 보완을 하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정 이용’ 개념처럼 판례와 해석을 통해 적정성을 조율하는 방식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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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사전

프롬프트: AI에게 작업을 시키기 위해 입력하는 명령어나 지시 문장. 예: “고양이가 책 읽는 그림 그려줘.”
편집저작물: 기존 자료(예: AI가 만든 이미지 등)를 사람이 새롭게 구성·편집하여 만든 저작물. 사람의 창작성이 드러나는 경우에만 저작권 보호를 받음.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TDM): 컴퓨터가 대량의 텍스트나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 AI 학습의 핵심 과정 중 하나.
TDM 면책 규정: AI가 학습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할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예외 규정.
공정 이용 (Fair Use):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교육, 비평, 연구 등 공익 목적이라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개념.
지식재산권: 창작물, 디자인, 아이디어 등 지식 기반의 창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가지는 법적 권리. 저작권도 여기에 포함됨.
자연인: 법률 용어로 실제 인간을 의미. 기업이나 AI는 자연인에 포함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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