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AI와 기후의 미래: 디지털 과잉 항점에 빠진 한국, 더 위험해진 기후”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인공지능과 기후위기라는 두 거대한 흐름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책, “AI와 기후의 미래: 디지털 과잉 항점에 빠진 한국, 더 위험해진 기후”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병권 님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정책 연구자, 기후경제 전문가로 활동해온 인물로 현재는 현재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AI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이라는 양대 과제를 한국 사회 맥락에서 구조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특히 기술 낙관주의나 기후 위기 비관론에 치우치지 않고, 두 전환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고 충돌하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은 스위스 제이콥스 재단의 2020년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소개되는 미래 사회의 네 가지 시나리오로 시작합니다. 보고서는 미래를 구성하는 두 축으로 ‘물질적 풍요의 수준’과 ‘자유의 수준’을 제시하며, 이 축들을 조합해 다음 네 가지 미래상을 제시합니다.: 첫째, “붕괴”의 시나리오는 물질적 부도 희소해지고 자유도 제약을 받게 되는 사회입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등이 식량과 물 부족을 초래하고 국가 간 갈등을 증폭함으로써 전지구적인 붕괴가 일어나는 시나리오입니다. 둘째는 “긱경제 프레아리트(Gig economy precariat)”라고 이름 붙인 미래로 기계가 인간노동을 넘겨받은 결과 ‘기술적 실업’이 만연하여 필요한 상품을 충분히 구매할 수 없고, 자유가 제약받진 않지만 실제로는 소수 엘리트만 자유를 누리는 사회입니다. 셋째는 “넷제로(Net-Zero)” 사회입니다. 기후 대응을 위해 사회가 자발적으로 사회 복잡성을 줄인 미래로 ‘탈성장’의 미래와도 유사합니다. 넷째는 “완전 자동화된 인공지능의 편리함”이 보장할 화려한 미래입니다. ‘긱경제 프레아리트’처럼 기계가 인가의 노동을 넘겨받지만 기술혁신 성과를 소수의 에릴트만 누리는게 아닌 모두가 누리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모두에게 기본(고)소득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일론 머스크와 같은 현대의 기술낙관주의자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네번째 미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이 분석이 가진 중대한 결함은 디지털 전환과 생태전환이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둘이 마치 서로 별개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긱경제 프레카리아트” 미래에서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위험해졌는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넷제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전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호합니다. 완전해보이는 네번째 미래에서조차 기후위기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인식에서 저자는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이 따로따로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기후 문제 해결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간과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대규모 연산이 만들어내는 탄소 발자국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흔히 ‘비물질적’이라고 여겨지는 디지털 기술이 실제로는 방대한 양의 광물과 인적자원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동시에 자원 최적화나 에너지 효율 최대화를 위한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이 생태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기술이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되기 위해선 두 전환을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생태적 기준 안에서 재설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 발전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통합적 사회 전환 전략인 쌍둥이 전환(Twin transition)입니다 (참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디지털 혁신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한국 사회는 현재 이 쌍둥이 전환에서 특히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을 갖췄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사회적·생태적 부작용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나 인공지능 확대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혁신이라고 쉽게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노동이나 기후, 생태에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 한국의 경향에서 기인합니다. 지금의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의 양적 팽창만을 추종한다면 도시 연구자 조엘 코트킨이 언급한 ‘디지털 기업이 귀족권력이 되고 디지털 기술 엘리트들은 새로운 사제권력을 획득하며 나머지는 현대판 농노의 신세로 빠지는 하이테크 중세시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디지털화는 과잉이며, 제 방향을 잃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이는 이미 한국 시민들도 잘 알고 있는데, 저자가 2024년 5월 시민 대상 수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에 달하는 시민들이 한국의 대응이 디지털 전환에 치우쳐있다고 답했으며, 비슷한 비율의 시민들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이 초래할 위험에 잘 준비하지 못 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먼저 쌍둥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국가들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의 경로를 비교합니다. 미국은 정부의 위계와 권위를 불신하고 시장 중심의 기술 주도 전략을 통해 빅테크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생태 전환과 디지털 전환과의 통합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통합 전략을 추구하면서 디지털 통제 모델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은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과 생태를 통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디지털시장법(DMA)’과 ‘인공지능법(AIA)’ 같은 규제 프레임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민주적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는 유럽모델이 쌍둥이 전환에 있어 가장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나, 그럼에도 디지털 거대 독점기업들의 과도한 지배력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필요한만큼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시키지도 못 하고 이고, 시민들의 이니셔티브를 보장하여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는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세 국가 모델의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못 할 정도로 추세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쌍둥이 전환에 있어 능동적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고 이를 바꾸려는 시민 사회 역시 의미있는 실제적 압력을 만들어내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새로운 쌍둥이 전환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합니다. 먼저, 디지털 독점규제입니다. 2025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고별인사에서 말했듯 오늘날 기술산업복합체는 과거 미국의 군산복합체만큼의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 집중된 개인 데이터의 소유권을 분산시키고, 공공 데이터를 공정하게 개방하며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해야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과대한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는 것이 단순히 시장경쟁을 촉진하는데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시장경쟁만이 아닌, 쌍둥이 전환의 기초가 되는 자산들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적절히 관리하여 사회와 생태에 유익하게 작용하도록 만들지까지 고민을 확장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생태 친화적 인공지능을 위한 규제 도입입니다.  AI 학습 과정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데이터 센터의 재생 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기술 개발 전 단계에서 생태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러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꼭 혁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속에서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야기시킨 사례들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녹색 산업 정책을 통해 기후 기술 분야를 육성하고 정책적으로 사기업의 녹색전환을 유도하는 지원이나 규제 정책을 펼뿐 아니라 직접 공공투자를 통해 녹색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공적 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AI-또는 디지털 기술-과 기후 대응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따로 보지 않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전환 과제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디지털 과잉을 넘어서, ‘생태 한계내에서의 발전’라는 새로운 기술 윤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기술자나 환경운동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민주적 선택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미래의 조건입니다. 쌍둥이 전환의 길목에서 우리의 선택과 합의는 무엇이 되어야할까요?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준)(구 ICT 위원회)에서 8월 8일 오후 10시 이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준비했으니 관심있는 분은 아래의 링크에서 참가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 신청 링크: https://forms.gle/44ZirrbeNEsFH2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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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사전

디지털 전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업무나 서비스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으로 바뀌는 과정. 예를 들어, 종이서류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술 낙관주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나 관점.
기술적 실업: 기계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여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
긱경제 (Gig economy): 정규직보다는 단기 계약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경제 구조. 배달, 택시 앱 등을 통해 일하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프레카리아트 (Precariat): 고용이 불안정하고 생계가 위협받는 계층을 가리키는 말.
넷제로 (Net-Zero):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상태.
탈성장: 경제성장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자원과 환경을 고려해 성장을 줄이거나 멈추자는 경제·사회적 접근 방식.
데이터 센터: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수많은 서버(컴퓨터)가 모여 있는 장소. 전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서버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구조. 개인이 직접 컴퓨터를 갖추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탄소 발자국: 사람이나 기업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양. 많이 발생할수록 기후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비물질적: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없는 것을 의미함. 그러나 디지털 기술도 실제로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자원 최적화: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에너지 효율: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능력.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쌍둥이 전환 (Twin transition):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기후 대응,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
디지털 인프라: 인터넷, 서버, 통신 장비 등 디지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시설.
디지털 기술 엘리트: 디지털 기술을 만들고 조종하는 소수의 고위 기술자나 기업 리더층.
하이테크 중세시대: 첨단기술 시대에도 일부 사람들만 이득을 누리고 다수는 소외되는 사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디지털 독점: 특정 IT기업이 시장과 데이터를 독점하여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상태.
플랫폼 기업: 유튜브, 네이버, 쿠팡처럼 사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서비스 기반 기업.
알고리즘: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일련의 계산 절차나 규칙.
설명 가능성: 인공지능이 어떻게 판단하거나 결정을 내렸는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능력.
AI 학습 과정: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패턴을 익히고 성능을 높이는 과정. 이 과정에서 많은 전기와 연산이 사용됩니다.
재생 에너지: 태양광, 풍력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반복 사용 가능한 에너지.
녹색 산업 정책: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친환경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 정책.
공공투자: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 예: 지하철,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디지털시장법 (DMA): 유럽연합이 디지털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만든 법.
인공지능법 (AIA): 유럽연합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관리하고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규제법.
빅테크 (Big Tech):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거대 IT 기업들.
시장경쟁 촉진: 여러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함으로써 소비자가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군산복합체: 군대와 산업체가 긴밀히 협력해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비판하는 개념.
기후 기술: 기후변화를 해결하거나 적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 예: 탄소 포집 기술, 에너지 저장 장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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