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김태희

이란 전쟁, 화석연료, 원전, 반도체산단, 데이터 센터 결국 AI까지

작년 폭격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며 미사일과 드론 폭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언론과 인권 단체의 보도에 따르면 민간인만 1,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의 어린이도 포함되었다고 하죠.1

여러분은 과학 기술이 지구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 이란 전쟁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 그리고 AI 기술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한국에 살아가는 나와 이란 전쟁에 희생된 아이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과학 기술은 이런 인간들의 문제와는 무관하거나, 적어도 가치중립적이라고 여겨지고는 합니다. “과학 기술에는 선악이 없다. 그걸 쓰는 사람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집합론이나 상대성 이론이나, 전기, 반도체나 AI는 객관적으로 보면 인류의 성취이자 발전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선한 목적으로도 쓰일 수도, 악한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게 맞는 듯도 싶습니다.

그랬다면 과학 기술은 스도쿠나 게임처럼 그저 재미있는 놀이에 불과했을 겁니다. 실제로 뉴턴과 패러데이가 살던 오래전 영국에서는 과학이 귀족들의 취미로서 왕족들도 오는 과학 콘서트 티켓도 팔았고요. 방랑 음유시인처럼 방랑 과학 상인들이 신기한 과학 도구를 보여주고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하죠.2

하지만 그 후로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더 이상 과학 기술은 놀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어느 미국 슈퍼 영웅 만화를 보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과학 기술은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근간이자,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그리고 또 인류와 지구를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 보면서, 이러한 힘에 의존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취약하게 만들었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보려 합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해온 세계

최근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막으면서, 기름값이 폭등했죠. 사람들은 비닐 가격이 오른다며 쓰레기봉투를 사재기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3 우리가 얼마나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뒤집어 보면 미국이 이란을 왜 침공하려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전쟁의 명분은 이란의 핵무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my preference would be to take the oil” 그러니까 실제로는 석유를 원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셰일 혁명 이후 산유국이 되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이 경질유라서, 중질유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를 침공했었죠. 하지만 중동 국가들의 존재는 원유를 수출하는 미국에는 경쟁자와 같았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침공하여, 원유 가격 결정의 패권을 잡으려 했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실패했죠.

지난 러시아 전쟁 이후로 천연가스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 세계는 한차례 에너지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번 원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격의 대상이 된 원전

이런 상황 속에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원전을 검토 중이라며, “탈탈원전”이라는 용어도 나왔죠. 최근에는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 정권의 전력 계획을 그대로 계승하며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4을 만들겠다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5 더 나아가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고 10조를 투자해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겠다고 미국과 협의하기도 했죠.6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정말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공격의 표적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번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남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를 공습했습니다. 다행인지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만약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면 이란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까지 위험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7

우리나라의 핵 시설도 마찬가지로 전쟁이 나면 1순위 타격 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 50%까지 치솟았다가 30%까지 떨어졌던 원전 비중은, 32%까지 올랐습니다. 이번 신규 원전 건설 계획으로 35%까지 오를 예정인데요. 분산된 태양광 시설과 달리 핵 시설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원전만 타격해도 한국의 전력망 1/3이 마비되는 셈입니다.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올인해도 괜찮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화석연료와 핵발전에 우리는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취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새로운 의존을 더 하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와 AI에 올인하려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AI에 100조를 투자하는 국민 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적 있죠.8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또 하나의 공약이었던 코스피 6000 달성은 AI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습니다. 국회 역시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두 대기업의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건설을 밀어주고 있죠.9

그런데 용인 반도체 산단 건설은 막대한 전력과 물이 필요합니다. 당시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10GW 이상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의 최대 전력 수요인 97GW의 1/10 가까이 되는 엄청난 양입니다.10 수도권에 그 정도 전기가 없으니 전남, 충청, 강원도에서 이런 전기를 끌어오려면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하니 지역 주민 반발도 심각하죠. 물도 엄청난 양이 필요한데, 민간 기업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까지 나서서 TF를 만든다는 실정이죠.

그런데 이번 올인은 과연 괜찮은 걸까요? 전쟁 속에 AI 데이터 센터들도 직접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AWS11도 일시적으로 장애를 겪기도 했죠. 한국도 이미 대전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로 인해 전국의 업무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을 겪은 바 있습니다.

반도체는 어떨까요? 이번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스전을 공격하면서, 이란은 보복으로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는데요. 카타르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헬륨을 수출하는 국가입니다. 반도체 식각 공정12에 쓰이는 브롬13도 이스라엘 산이 97%가 넘습니다. 이렇듯 이란 전쟁 속에 반도체 원료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반도체 주가가 일시 하락하기까지 했죠.14

의존이 만들어낸 취약성이 사고와 전쟁을 통해 드러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만약 이러한 베팅이 실패한다면 누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연결된 세계에 평화가 필요한 이유

우리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겠죠. 이재명 대통령도 “에너지가 자체 생산되는 것도 아닌데 수입조차 저 모양이 되고 있다”라며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15 하지만 재생 에너지라며 원전도 함께 가는 정책도 문제입니다. 원전도 재검토하고 태양광 같은 분산형 에너지를 도입하고,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 만들기를 멈춰야겠죠. 반도체와 AI에 올인해서 코스피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다양한 부분에 투자를 분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론으로 괜찮은 걸까요? 다시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은 인류가 교통과 통신 기술을 발달시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무역을 했지만, 중동에서 석유를 사 오진 않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뉴스를 손쉽게 검색할 수도 없었고요. 과거에는 정말 생판 모르는 남의 일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우리는 누가 죽었는지도 알고 죽은 아이의 부모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후원도 할 수 있고요.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당장 내 교통비를 올리고, 주가를 들썩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12월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는 탈핵위원회와 같이 핵잠수함 문제에 관한 대화 모임을 열었습니다. 10년 태양광 예산보다 몇 배 큰 10조를 들여서 핵잠수함을 만든다는데. 이렇듯 국방비를 쏟아붓는 것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힘이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과연 힘을 기르고 무기를 더 산다고 평화가 올까요?

수학의 한 분야에서 시작된 게임 이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군비 경쟁의 역설이라 부릅니다. 이를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신뢰의 진화]라는 게임을 그때 소개했었는데요. 여기서 게임 이론의 교훈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역을 하는 이유는? 서로 필요한 게 있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너무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거꾸로 각자도생해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상호 의존하기 때문에 더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관용과 용서, 그리고 신뢰가 필요합니다. 혼선을 줄이려면, 낯선 나라와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신뢰의 진화 게임을 만든 제작자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신뢰를 진화시키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대인 관계를 맺으세요. 윈윈 상황을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의사소통은 명확하게 하세요.”

전쟁이 불러온 우리 삶의 나비효과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연결된 세계에서 과학 기술은, 한국의 일은 지구 반대편의 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까요? 사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아니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에 너무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요. 그 모든 게 그저 기름값이나 반도체 주가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전쟁에 반대하는 과학 기술자와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

구글과 오픈AI의 직원 709명은 최근 미 국방부의 요청을 거부한 앤트로픽에 대한 “공급망 위협” 지정 이후 “우리는 분열하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Be Divided)”16라며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구글 임원의 발표 도중 “나는 집단학살, 아파르트헤이트, 감시를 위한 기술을 만들기 거부한다”라고 소리친 직원이 해고되기도 했죠.17 최근에 녹색당 과학기술 위원회도 이스라엘 학술 보이콧에 대한 내부 모임을 가졌고요, 팔레스타인 긴급 행동에 연대하기도 했습니다.

과학 기술자가 전쟁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유난일까요? 지금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그 답을 스스로 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과학 기술자들도 전쟁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자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들도 물론 매일 같이 시위와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에 맞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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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Nearly 1,500 Iranian civilians killed in U.S., Israeli strikes, report says, 워싱턴포스트, 2026-03-27 ↩︎
  2. [패러데이와 맥스웰], 낸시 포브스,배질 마혼, 반니, 2015 ↩︎
  3.  “불안해서 쓰레기봉투 5묶음씩 쟁여”…사재기 안 하셔도 됩니다, 한겨례, 2026-03-26, 정인선, 정봉비기자 ↩︎
  4. 소형 모듈형 원자로로, 기존 원전보다 작고 분산 설치가 가능한 원자로 ↩︎
  5. 이재명 정부의 탈 ‘탈원전’…AI발 전력대란에 신규 원전 2기 건설, 중앙일보, 2026-01-26, 안효성 기자 ↩︎
  6. 한국, 비핵보유국 중 세번째 ‘핵잠’ 공식 추진…미국 행정부·의회·IAEA 등 여러 관문 넘어야, 경향신문, 2025-11-28, 정희완, 곽희양, 강연주 기자 ↩︎
  7. 이스라엘 ‘엇박자’ 왜?…美 협상 중에 이란 원전 때렸다, 동아일보, 2026-03-29, 유근형 기자 ↩︎
  8. “AI 100조 투자” “난 200조”…대선 후보들 숫자 싸움 시작했다, 중앙일보, 2025-04-20, 윤성민 기자 ↩︎
  9. 반도체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K-반도체 초격차 지원”, 연합뉴스, 2026-01-29, 김동규 기자 ↩︎
  10.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공공과 민간이 함께 전력투구 한다, 2024-11-27,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
  11.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
  12.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 ↩︎
  13.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 원소 ↩︎
  14. 이란 전쟁의 나비효과… K-반도체 생산 차질 생긴다?, 스브스프리미엄, 2026-03-27, 안혜민 ↩︎
  15. 이 대통령 “에너지 문제 심각‥재생에너지로 신속 전환해야”, MBC 뉴스, 2026-03-30, 김정우 ↩︎
  16. 우리는 분열되지 않을 것이다, https://notdivided.org/ ↩︎
  17. 🦜전쟁 기술을 거부하는 노동자들, AI윤리레터, https://ai-ethics.stibee.com/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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