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운동 포럼과 AI 대응 시민사회 워크숍 후기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김태희

체제전환운동 포럼 디지털 정의 운동 세션

지난 2월 5일, 체제전환운동 포럼에서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운동> 기획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체제전환운동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해서 “사회생태적 대안 체제를 건설”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올해 포럼에서도 여성, 환경, 노동, 장애인, 농민, 주거권, 이주민 등등 다양한 운동을 하는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와 활동가들이 AI,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참 흔치 않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AI가 모든 걸 대체하는 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식의 비관적이면서도 운명론적인 논리를 넘어설 힘이 있었습니다.

발제는 디지털 정의 네트워크, AI윤리레터, 전 민주노총 정책국장이었던 김하늬 님, 정보인권센터에서 맡아주셨습니다.

디정넷에서는 AI 산업이 근본적으로 디지털화가 만들어낸 빅테크1의 독과점과 지대 추출 자본주의의2 연장선에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AI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희토류, 물과 전기라는 물리적 자원에 의존하는 데이터센터3에 의존한다는 점도 짚어주셨습니다. 최근에 정부는 AI를 이유로 대형 원전 2기를 승인하고, 반도체 산단4을 위해 국가 자원을 총 집중하고 있기도 하죠.

AI 윤리레터의 고아침 선생님께서는 AI가 강력한 마케팅이자 신념 체계임을 지적하셨습니다. AI는 새로운 산업 혁명으로 묘사되고, 심지어 암이나 기후위기 같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구세주처럼도 선전됩니다. 하지만 AI가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라는 담론은 자본의 권력을 위해 구성된 신화임을 주장하셨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국장 김하늬 님은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술이 발전할 때 노동자를 대체하거나 감축하는 것 말고도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생산성이 향상되었으니 주 4일제 등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고요. AI를 이용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대체”나 “도태”와 같은 단어는 그저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서사일 뿐인 것이죠. AI와 함께 어떤 노동을 만들어갈지를 노동자가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정보인권 연구소에서는 기업의 자율적인 윤리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법적 강제성을 띤 인권 기반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AI에 영향받는 사람들이 피해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받는 이들이 기술의 개발과 도입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정보를 공개 받을 권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권이 아니라 집단적인 권리로, 학습에 사용되지 않을 권리, 알고리즘5을 투명하게 설명 들을 권리 등을 요구하셨습니다.

발제 이후에도 뜨거운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만, 이 발제 사이에도 모순되거나, 갈등하는 지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AI에게 우리가 맞서야 하는지, 아니면 AI를 노동자를 위해 써야 하는지. 또 현장에서 AI 사용을 강요받는 콜센터, 게임업계, 예술 업계 노동자분들의 증언도 있었고요. 특히 기후 환경 운동 쪽에서는 “노동자에게 좋은(?) AI”라면, 데이터 센터를 마구 지어서 물과 전기를 펑펑 써도 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술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은 손쉽게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라는, 도구주의적 관점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위 세션의 전체 영상이 공개되어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시청해주시길 바랍니다.)

인공지능 대응 시민사회 워크숍

더 많은 논의와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션을 기획하고 발제하셨던 디정넷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대응 방안 모색 시민사회 워크숍>을 제안하였고요. 얼마 후 2월 10일 50여 개 단체가 모여 실제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체제전환운동 포럼이 발제와 토론 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워크숍은 환경, 여성, 소비자, 문화, 언론, 노동, 평화, 보건 의료, 인권 등등… 시민사회의 수많은 단체가 AI에 대해 어떤 우려를 하고 어떤 의견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이야기해 드렸던 것처럼 이렇듯 다양한 관점과 운동이 AI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기회나 자료는 찾기 어렵고, 뜻깊은 시간이고 성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여한 단체들은 함께 소통 채널을 만들고, 향후 연대체를 만들어 같이 대응하고, 공유하고, 축적하며, 공론하는 장을 만들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세션과 워크숍을 거치면서 제 머릿속에는 “선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서로 다르기에 갈등도 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기술 발전과 전환은 그저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은 강력한 힘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자본을 위해서, 지구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서 쓰일지. 기술을, 노동자를 위해,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을 위해서 사용할지. 심지어 기술을 거부할지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것처럼 AI는 물질적 토대, 그러니까 데이터 센터 없이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토류6도 무한하지 않고, GPU7나 램(RAM)8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물과 전기는? 말할 것도 없죠.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의 165%를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 센터 반대 행동이 일어나고 있고 “데이터 센터 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24개 주에 걸쳐 최소 142개의 시민단체가 프로젝트의 3분의 2를 중지시켰다”라고도 합니다.  (데이터센터 들어서는 곳마다 저항의 바람이, 이송희일, 미디어 오늘)

이미 어떤 이들은 AI를 거부하고, 행동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이죠.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AI를 노동자를 위해 써야 한다! 자유 오픈소스9 SNS 생태계인 Fediverse10를 만드는 유명 개발자 홍민희 선생님도 [F/OSS 史唯: 우리는 LLM을 거부할 게 아니라 되찾아 와야 한다]는 글을 쓰시기도 했는데요.

당장은 막막하기도 합니다만. 탈성장을 위한, 공존을 위한 기술은 무엇일지 고민을 멈출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저 앉아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라고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언뜻 보면 기후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냉소 말이죠.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물론 이 선택이 아이스크림 무슨 맛 먹을지 고르는 것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계속 토론하고 갈등을 외면하지 않는 것. 대안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험해 보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렇게 나온 결론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고 조직하고 노력하는 것. 그게 우리가 이야기하는 선택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한번 생각해 보시길 권유해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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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아주 큰 기술 기업들을 말합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데이터 등 현대 사회의 핵심 기술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
  2. 쉽게 말해 무언가를 생산하기보다 ‘자리’나 ‘권한’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식입니다.
    예: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이용료나 수수료를 계속 받는 구조. ↩︎
  3. 인터넷 서비스가 실제로 돌아가는 거대한 컴퓨터 건물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클라우드, AI, 검색 서비스는 모두 이런 건물 안의 서버에서 작동합니다. ↩︎
  4. 반도체 공장을 한곳에 모아 만든 산업 지역입니다.
    AI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핵심 생산 기반입니다. ↩︎
  5.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정해진 계산 방법이나 규칙입니다.
    AI가 판단할 때 따르는 절차라고 보면 됩니다. ↩︎
  6. 전자제품이나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특수 금속 자원입니다.
    AI 서버,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
  7. 그래픽 처리 장치라는 컴퓨터 부품입니다.
    AI 계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하는 핵심 장비입니다. ↩︎
  8. 컴퓨터가 작업할 때 잠깐 정보를 저장하는 작업 공간 메모리입니다.
    클수록 여러 일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
  9. 프로그램의 설계 코드가 공개되어
    누구나 수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
  10.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SNS가 아니라
    여러 서버가 연결된 분산형 SNS 네트워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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