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최고운

2026년 4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아르테미스1 2호(Artemis II)가 1일(현지 시각)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54년 만에 유인 달 궤도 비행을 마치고 11일 지구로 귀환했다. 이번 우주선에 탑승한 승무원 4명은 달 표면에 직접 착륙하지는 않고, 8자 모양의 자유귀환궤도2를 따라 달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비행하고 돌아왔다. 원래 유인선 달 착륙은 2027년에 아르테미스 3호에서 실행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최근 계획이 수정되어 2028년 아르테미스 4호에서 시도하기로 연기되었고, 아르테미스 3호는 달 착륙 임무를 포기하는 대신 저궤도에서 달 착륙을 위한 시스템과 운영 능력을 시험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테미스 3호는 현재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이 개발하고 있는 달 착륙선과 NASA의 오리온 다목적 유인 우주선의 도킹3 기술을 시험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업체들과 협의해 아르테미스 3호의 구체적인 임무를 곧 공개할 예정이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이 ‘적대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발표한 바와 같이, 이번 결정은 중국을 의식한 행보다. 즉 실패로 인한 뒤처짐은 용납될 수 없으므로, 시험비행 횟수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 중국보다 빠른, 그리고 트럼프 임기 내 달 착륙이라는 목표에 이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4
이렇게 보면, 50년 전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구도가 오늘날 미·중 간의 신냉전5 구도로 재현되어, 달 표면에 깃발을 꽂기 위한, 오래된 경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또 하나 주시할 만한 것은, 이번 달 정복에는 스페이스X 등 미국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이유이자 최종 목표는 화성 개척이다. 스페이스X는 ‘인류를 다행성종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든다’라는 지향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회성 탐사를 넘어 화성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백만 명의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머스크가 ‘달은 방해물일 뿐, 바로 화성으로 간다’라고 공언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전략을 바꾸어서 달을 화성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지이자 기술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걸로 보인다. 달에서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연습을 한 뒤, 그 경험을 토대로, 화성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어디서 들어 보지 않았는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핵심 홍보 문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인지, NASA의 ‘달을 넘어 화성으로’라는 슬로건이나 ‘Sustainable human presence’라는 목표는 종종 ‘궁극적으로 화성 정주에 대한 기대’로 비약되어서 들려온다. 언론이 두 기관의 비전을 단순히 혼동하여 보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앞서 말했다시피 두 기관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안에서 뗄 수 없는 협력관계이기 때문이다.
NASA(혹은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단기 목표의 겹침 – 동상이몽 속에서도 서로의 동력을 흡수하며 나아가는, 현대 우주 시대 정부-민간 협력의 모범 사례일까?

지구상에 비밀 엘리트 집단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조금 덜 계몽되었을지 모르지만, 거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으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치에 반영할 수단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막대한 재산과 안녕을 지키는 데 엄청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다. 1980년대, 그들이 기후 변화가 인간 생활의 물질적 토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경고를 맨 먼저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엘리트들은 경고를 인지할 만큼은 깨어 있었지만 그 결과를 대중과 공유할 만큼 깨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오히려 그들이 그 경고에서 놀랄 만한 결론을 도출했고 그 결과 트위터 제독(트럼프)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었다고 – ‘파괴될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를 것이니, 기후 변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자’라고 -.

터무니없는 음모론임이 틀림없다. 어쨌든 음모론이 사실일 약간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그 결과로 예측할 수 있는 현상은 3가지다. 탈규제6 또는 복지국가의 해체,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기후 위기의 심화. 엘리트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해서 가능한 한 빨리 연대의 부담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 탈규제가 여기서 나온다. 그들은 격변에서 생존할 (적은 수의) 사람들을 위해 으리으리한 요새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 따라서 불평등이 폭증한다 (일론 머스크에 축적된 재산은 현재 1조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이기심을 감출 목적으로, 위협 그 자체를 거부해야만 했다 – 이로써 기후변화가 부정된다.

라투르에 의하면, 트럼프의 정치는 탈진실이 아니라 탈정치다. 트럼프 정부는 더 이상 현실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를 뒤에서 받쳐 주는 엘리트들의 우선순위는 미화된 미국 같은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다수 국민이 알아채기 전에 모든 제약을 완화해 시간을 버는 것이다. 처음으로, 그들의 결정에 반응하는 지구의 현실에 더는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게 됐다.
(참고로 위 ‘음모론’은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라투르가 도입한 정치적 허구를 토씨만 조금 바꿔 인용한 것이다. 이 책에서 라투르는 근대화와 로컬, 두 양극의 근원적 갈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과거의 재발견을 약속하는 트럼프 정치에 ‘외계’라는 이름을 붙이고, 거기에서 반대 방향으로 똑바로 선을 그어 닿는 종착점을 ‘대지’라고 호명하며 좌파와 우파의 새로운 동맹 집합체인 ‘급진적인 대지인’을 호출하고 있다.7)

부자들이 나머지 인류와 한배를 탄 처지라고, 즉 부자들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믿게 하려면, 공동의 배, 즉 공동의 세계라는 것이 계속 존재한다는 착각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인류의 달 착륙은 다시 한번, 그러나 새롭게 돌아왔다.
처음엔 근대화의 아름다운 무한 속에서,
두 번째는 공존할 땅이 없어진 세계의 대안으로.
그런데, 화성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한 것인가?

사실, 화성은 인류가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화성의 평균 온도는 -60도이고, 최저 기온은 -150도다. 기압은 지구 대기압의 1%로, 우주복 없이 생존할 수 없다. 중력은 지구 중력의 1/3이며, 대기 성분의 95%가 이산화탄소로 산소가 거의 없다. 즉, 화성에 도착한 인간은 돔 안에서 생활하는 수밖에 없다.
물은 대부분이 토양과 섞인 얼음 형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조량은 지구의 60%로, 농작물에 인공 빛, 온도 조절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자기장이 없어 지구의 70배 이상 강한 우주 방사선8에 노출된다. 강한 바람과 모래 폭풍으로 전자 장비와 태양 전지판의 손상 우려가 있으며, 먼지를 청소하지 않으면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9

이 모든 조건을 극복하여 돔 거주 공간 속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만약에 대비할 필요’라는 가장 큰 장벽이 있다. 거주 공간과 외부 사이의 아주 작은 1mm 구멍만으로도 1,000세제곱미터를 채운 인공 대기를 80일 만에 소멸시킬 수 있다. 영화 <마션>에서 다루었다시피 (<마션>에서 사고로 발생한 구멍은 좀 더 컸다), 위기 상황에서 지구의 도움을 받으려면 최소 몇 달이 걸린다. 즉, 애리조나 사막에서 실행됐던 인공 생태계10 실험11 참가자들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빠져나와서 슈퍼마켓에 가거나,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가능성조차 없다.

화성의 레골리스는 ‘토양’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적절하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과염소산염 같은 독성 물질의 제거가 필요하다.12 반면, 지구의 토양은 그저 각종 광물질에 무기염류를 섞어 놓은 것이 아니며, 유기물(동식물 사체, 분해물)과 미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미생물이 없는 토양에 심긴 식물은 영양분도, 공기도 인간의 유지, 보수가 없이는 공급받지 못한다. 즉, 화성에서의 농사란 작은 돔 안에서의 수경 재배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푸르른 나무 그늘에서 화성의 강렬한 햇빛을 피하는 광경은 어느 모로 보나 불가능하다 (사실, 식물이 ‘살 수 없다’라는 말은 온건한 표현이다. 실제로는, 돔 밖에 식물을 내놓는 순간 우주복을 입히지 않은 식물들은 바짝 마른 미라가 되어 버린다).

이 모든 조건은 ‘테라포밍(Terraforming)13’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근대적 사고관의 전형에 합격한 것이다 (짝짝짝!).
하지만 화성은 당장 거주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테라포밍은 ‘서로 다른 행성들은 우연히 다른 초기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인위적으로 초기 조건을 수정해 주면 비슷한 상태 – 거주할 수 있는 상태 – 로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물론, 그 인위적인 수정이라는 것이 불가능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렵긴 하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제안한 것처럼 핵폭탄으로 극지 얼음을 녹여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발생시킨다든지 (방사성 낙진으로 인한 오염은 둘째치고 레골리스14가 날려서 더 추워질 수도 있다), 지름 수백 km의 거대한 궤도 거울로 화성 표면을 데운다든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운석에 맞아 거울이 깨지면 그 파편이 거울의 다른 부분을 연쇄적으로 깰 것이다), 기상천외한 기술을 동원하여 극지 이산화탄소를 모두 증발시킨대도, 기압을 고작 수 배 정도 높일 수 있을 뿐 온실 효과를 촉발하고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대기에 산소, 질소를 공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15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화성의 중력이 가벼운 대기를 붙잡기에 너무 작고, 우주선에 맞아 튕겨 나가지 않도록 대기를 보호할 자기장16마저 없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두꺼운 대기층을 한순간 채워 놓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채워진 대기는 결국 이전처럼 우주 공간으로 서서히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초기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행성의 크기가 작아서 대기와 물을 붙잡아 둘 수 없고, 자기장 차폐막을 생성할 만큼의 뜨거운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를 위시한 거대 자본가들과 몇몇 학자들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다’라며 화성 이주를 인류 생존의 보험처럼 묘사하곤 한다.
화성에 달걀을 나눠 담는다는 것은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환상이라고 그들이 인정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마 녹록지 않을 것이다. 단지 우주생물학이 비전문가에게 너무 낯선 지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 기후 위기가 현실이라고 이해시키는 일에 여태껏 실패한 원인이 복잡계 물리가 난해하기 때문만은 아니듯이.

갈릴레오 혁명 이래 지구를 습관적으로 무한한 우주의 어디엔가 위치한 가상의 지점에서 바라본 둥근 공으로 상상하는 것과 달리, 인류가 거주하는 ‘지구’는 사실상 5km도 되지 않는, 공을 둘러싼 보호 코팅만큼이나 얇은 막이다. 인류는 지각과 대기가 생명체와 오랜 기간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극히 얇은 막, ‘임계 영역 (Critical Zones)’ 안에서만 살 수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경이로운 도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 위대한 여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탐사를 마친 우주인들이 귀환하여 우주복을 벗고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그곳은 광활한 우주의 그 어떤 곳도 아닌 창백한 푸른 점의 얇디얇은 안식처라는 오래된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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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Artemis Program): 미국 NASA가 추진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로, 단순 방문이 아니라 달 기지 구축과 이후 화성 탐사의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합니다. ↩︎
  2. 자유귀환궤도 (Free-return trajectory): 별도의 추진 없이도 천체의 중력만으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된 우주선 경로입니다. ↩︎
  3. 도킹 (Docking): 우주에서 두 우주선이나 모듈을 정밀하게 결합하는 기술로, 달 착륙선과 유인 우주선 연결 등에 사용됩니다. ↩︎
  4. “아르테미스 3호는 달 안 간다…트럼프 임기 내 중국 앞서려 일정 수정”, 한겨레, 2026.03.01, 곽노필 기자 ↩︎
  5. 신냉전 (New Cold War):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처럼, 현재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군사 경쟁 구도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
  6. 탈규제 (Deregulation): 정부가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정책으로, 시장 자유를 확대하지만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7. 브뤼노 라투르,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박범순 옮김, 이음, 2021 ↩︎
  8. 우주 방사선 (Cosmic radiation): 우주에서 발생하는 강한 방사선으로, 인간에게 매우 위험하며 지구에서는 대기와 자기장이 이를 차단합니다. ↩︎
  9. 아메데오 발비,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장윤주 옮김, 북인어박스, 2024, 112-121쪽 ↩︎
  10. 인공 생태계 (Artificial ecosystem):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물·식량을 순환시키며 생존을 유지하도록 만든 인간 인위적 환경 시스템입니다. ↩︎
  11. 같은 책, 121-126쪽 ↩︎
  12. 같은 책, 120쪽 ↩︎
  13. 테라포밍 (Terraforming): 다른 행성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바꾸는 개념으로, 대기·온도·물 등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14. 레골리스 (Regolith): 달이나 화성 표면을 덮고 있는 흙과 유사한 물질로, 생명 활동이 없고 화성의 경우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15. 같은 책, 141-147쪽 ↩︎
  16. 자기장 (Magnetic field): 행성을 둘러싸며 우주 방사선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힘으로, 지구에는 존재하지만 화성에는 거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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