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김태희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AI 혁신”과 “AI 대전환”을 외칩니다. 지역 곳곳에 규제 특구를 만들겠다고도 합니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거나1, AI 때문에 모두 일하지 않아도 기본소득 받는 세상이 온다느니. AI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AI는 그저 소프트웨어인 것 같고, 공짜인 기술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몸이 있듯이, 실제로는 AI도 어딘가 컴퓨터에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컴퓨터들을 서버2라 하는데, 이런 서버가 빽빽이 들어찬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할 이야기의 주제인 데이터센터3입니다.

지방의 전기를 먹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앞서 AI처럼 요즘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난리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전력 수요는 8.2TWh 정도인데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12차 전력 기본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40년 42.1TWh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5배가 늘어나는 셈입니다.4 이재명 정부는 AI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형 원전 2기도 짓겠다고 결정했습니다.5
거기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 이른바 데이터센터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특별법은 규제 완화·지원 강화를 통해 신속한 구축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고 합니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거나 연산량을 일정 기준 이상 확장하는 경우, 전력 계통 영향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주겠다는 거죠. 관계 기관이 90일 내 거부 통지를 하지 않으면 자동 승인되는 타임아웃 제도도 도입합니다. 조세 감면, 보조금 지급, 전력이나 용수 등도 우선으로 지원합니다.
생각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죠. 먼저 데이터센터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이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수도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AI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당연히 수도권에 많고요. 데이터센터가 사용자와 먼 곳에 지어지면, 인터넷 속도 지연도 문제입니다만. “40㎽ 규모 데이터센터 1개를 수도권에서 100㎞ 떨어진 지역으로 이전할 때도 회선 요금은 1년에 50억 원이 더 소모된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용 문제도 큽니다.6 그런데 이러한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으면, 결국 AI도 서울에서만 쓰기 쉬운 악순환으로 이어지겠죠.
문제는 수도권에 전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규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을 신청한 210건 중 134건이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기도는 64%, 인천은 100%가 불가였습니다. 짓겠다고 신청은 하는데 전기가 없으니 막히는 것입니다.7

이재명 정부는 그래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합니다. 전라남도에서는 태양광이 이미 넘쳐나고, 여러 해상풍력 계획도 잡혀 있습니다. 이 남아도는 전기를 못 쓰고 있어서 버리고 있으니…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해저 케이블을 짓겠다는 것이죠. 바다를 통해 가니 송전탑 분쟁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도 폅니다.8
하지만 서울은 지금도 에너지 자급률이 11%에 불과합니다. 전라남도는 200%가 넘는데 말이죠.9 지방은 서울의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전라남도에 전기가 많으니, 지방의 전기세를 낮춰주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유도하겠다는데. 에너지 고속도로 모순되는 정책인 셈입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서울 집중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죠.
그래서 데이터센터를 전기가 남아도는 전라남도에 지어주세요~ 하는, 이른바 “지산지소10” 캠페인도 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투자그룹인 SFR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라남도 해남군 기업도시 ‘솔라시도’에 3GW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일이냐면 미국의 스타게이트도 1GW급이고요. 한국에 있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11
옳거니 지역 균형 발전도 되고 일자리 창출도 하니 좋은 걸까요? 큰 기업들 들어와서 “우리 손주들 일자리 생겼으면” 하는 주민들의 개발 바람과는 달리. 데이터센터를 짓고 나면 일자리는 별로 생기는 게 없습니다.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두고 공청회가 열리자 한 주민이 한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업체 주장과 달리 수천 명의 인력이 동원되는 건설 공사가 끝나고 나면 해당 시설의 고용 인원은 100~150명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중형 슈퍼마켓보다 적은 일자리를 위해 축구장 240여 개의 토지를 내주는 것은 ‘일자리 허브’가 아니라 ‘일자리 사막’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자리 사막을 만들면서 막대한 전기를 먹고, 땅만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또 큰 문제가 있습니다.12 데이터센터는 전기뿐만 아니라 물도 많이 먹는다는 것이죠.
물도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

컴퓨터를 돌리면 열이 납니다. 뜨거우면 반도체가 죽어버립니다. 가정에서는 선풍기처럼 공기로 이 열을 식히지만, 데이터센터는 샘 올트먼이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뜨거우므로,13 요즘은 물로 냉각하는 수냉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냉 방식은 더 효율적인데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마실 물을 가져가면서, 지역 사회와 물을 놓고 갈등을 빚게 된다는 것인데요. 3GW급 데이터센터라면 엄청난 전기뿐만 아니라, 엄청난 물도 소모하게 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하지만, 물 스트레스 국가이긴 합니다.14 이미 지역에서는 가뭄과 제한 급수, 단수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는 지역 사회와 물과 전기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전기세가 오르고 물이 끊기면 어떤 주민이 좋아할까요.
물론 솔라시도는 바다에 있으니, 바닷물을 쓰지 않겠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은 소금이 있으니 담수화한다거나, 심층수를 퍼다 쓴다거나, 폐쇄형 루프 방식을 쓴다거나, 공랭식15 데이터센터나 액침 냉각16 등 여러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습니다만. 그러면 왜 기업들이 안 쓸까요? 물을 안 쓰면 전기를 더 많이 쓰고, 전기를 더 적게 쓰면 물을 더 많이 쓰거나, 둘 다 적게 쓰려면 개발 비용이나 초기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돈이 문제죠.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당연히 더 비싼 방식보다 저렴한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결국 물과 전기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알아서 선하게 행동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수도권에 지어질 데이터센터나, 용인에 지어지는 10GW급의 반도체 산단 역시 이러한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전기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송전탑으로 끌어온다고 해도, 물은 어떻게 할까요? 막대한 투자가 들어오고 어떻게든 하겠다고는 하는데, 현실적인 계획은 없는 셈입니다.
효율적인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그래도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에너지 효율도 올라가고 있지 않냐”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딥시크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비슷한 성능을 냈고, 구글 제미나이도 대화 당 물 소비량을 이전 모델 대비 수십 분의 일로 줄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더 적은 전기와 물을 사용하는 놀라운 기술을 개발하는 게 먼저 아니겠냐. 구글이 또 뭐를 만들었다더라. 이런 기술을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고 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작년 과학기술위원회 세미나에서도 소개해 드렸던 제본스의 역설이 작동합니다. 효율이 올라가고 가격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더 많이 쓰게 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올라가는 법칙이죠.17
채팅 AI 하나에 비용이 거의 안 드니, 요즘은 AI에게 혼자서 생각하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에이전트는 혼자서 일도하고요.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 수십 개가 팀을 이뤄서 일을 시키는 시대가 왔습니다. 한국에서 클로드에 가장 돈을 많이 쓴 개발자가 나오고, 개발자 1명이 LLM에 돈을 월 100만 원을 썼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마치 내가 버스 타고 걸어 다니는 동안, 부자들은 전용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걸 보는 것 같죠.
기업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토큰18을 팔수록 돈을 버니까요. 기업은 새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어 하고, 전력 수요도 물 사용량도 날로 증가합니다. 구글은 2023년부터 “운영 탄소 중립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고요.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 2019년 대비 48% 증가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데이터센터 때문이었죠.19
규제가 오히려 효율성 혁신을 키운다 – 싱가포르의 AI 모라토리엄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우리의 물과 전기를 독점하지 않도록 규제하면 되는 것입니다. 효율성을 높여라!
싱가포르는 원래 아시아의 데이터센터가 몰려드는 허브였습니다. 빅테크가 몰려들면서 전력 사용량의 7%를 데이터센터가 소모할 정도였죠. 싱가포르는 결국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더 이상 데이터센터를 짓지 못하게 하는 모라토리엄 선언했습니다. 그 후로 기업들과 협의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세웠습니다. 전력 사용 효율을 1.3 이하로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글로벌 평균은 1.58이고, 한국 평균은 그보다도 못한 1.76인 걸 생각하면 급진적인 수치였습니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위해서 재생에너지를 계획해서 사용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습니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물도 덜 소모하는 효율적인 냉각 기술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요. 지역 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지도 계획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총허가 용량은 60MW로 제한했고요.20
그 결과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산업은 죽지 않고 오히려 살아났습니다. 어차피 물과 전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효율을 높이도록 강제하고 총량을 제한해서 희소성은 높아지고 부가가치는 올라갔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외국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이익이 되고요. 더 나아가 2024년에는 그린데이터센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효율 의무도 강화하고, 물 사용 효율도 계획을 제출하고 계량기를 달아 공개하게 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제안했습니다. 물 효율 기준은 법적 의무 자체가 없는 한국과 비교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규제가 생기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냐, 다른 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국가 간에 경쟁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짓는 데이터센터는 앞서 말한 네트워크 지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AI를 빨리 도입하고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빨리빨리의 나라로, 앤트로픽이 2026년 초 서울 강남에 한국 사무소를 개소했을 정도로 관심받고 있습니다.21 이러한 높은 수요는 기업에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기업들은 이미 줄을 서고 있는데, 물과 전기가 부족한 게 문제입니다. 그러면 물과 전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만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
그런데 싱가포르와 달리,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든 규제를 풀어헤친 미국은 어땠을까요? 22이러한 탈규제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오히려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주 등의 전기요금은 전국 평균보다 10% 이상 빠르게 올랐습니다. 전력 용량 확보 경매에서 청구액의 63%가 데이터센터 수요일 정도로 전기를 원하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죠.23 시민 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7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때문에 변압기와 선로 등의 인프라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시민이 부담해야 했던 비용은 43억 달러, 우리 돈 6조에 달했습니다. 기업들을 위해 시민들의 돈으로 인프라를 깔아준 셈입니다.24

그러다보니 환경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운동이 조직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24개 주에 142개 데이터센터 시민 반대 단체가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전기세 인상에 맞서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조직력으로 2023년 2건이었던 시민 반대로 인한 데이터센터 취소·지연 프로젝트가 2024년 6건, 2025년 25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미 1,620억 달러어치 투자가 차단 또는 지연됐다고 하죠.25 한 AI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등록 유권자 57%가 AI의 위험이 혜택보다 크다고 답했을 정도이며, 이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유권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26

그러다 보니 미국 민주당의 민주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는 싱가포르처럼 AI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27 빅테크 과두제에 맞서서 노동자와 지역 시민의 권리를 사수해야 한다고 말이죠. AI 반대는 정치 현안 중의 하나가 아니라, 민주당의 핵심 현안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준비되어 있는가?

한국은 안타깝게도 데이터센터 문제에 대한 관심이 아직 높지 않은 듯합니다. 녹색당도 반도체 산단과 송전탑에 맞서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운동이 조직화해 있진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방 정부는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을 하고 있고, 물이나 전기에 대한 규제는 이야기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물과 전기가 풍부하다”라며 기업 모시기에 여념이 없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민들에게는 큰 기업이 들어와야 지방 경제가 살아난다는 오래도록 계속된 개발 논리만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한쪽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송전탑을 지어서 서울로 전기를 실어 나르려 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한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병목이기도 합니다. AI에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이른바 램을 생산하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한국 기업이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데이터센터 때문에 램이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램 가격이 폭등했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한국에 와서 이재용 회장과 깐부 치킨을 먹은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홍보하는 코스피 6,000시대 주가 상승도 대부분 이 두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 등의 특혜를 통해 규제를 무력화해 주며 반도체 산단을 밀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곧 본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르게 할 방법이 참 많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7 대인 한국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성 PUE28를 1.3까지 낮추도록 규제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 사용 효율성 기준 WUE29를 규정하고, 물을 적게 쓰는 냉각 방식을 사용하도록 규제할 수도 있었죠. 데이터센터의 전력뿐만 아니라 물 소비도 측정하고 공시하게 할 수도 있었고요. 타임아웃 제도가 아니라 규제 기관에 인원을 확충하는 식으로 속도를 높이고 효율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데이터센터 수익이 지역으로 돌아가도록 지역 기금을 납부하게 할 수도 있었고요. 지역 주민의 정보 공개 청구권과 주민 투표권을 명시할 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센터 총량을 정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습니다. 그 무엇 하나 된 것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규제를 무작정 풀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환경법의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는 예방 원칙입니다. 예방 원칙이란 “환경 피해가 발생한 후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전제하에,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잠재적 위해가 예상되면 선제적으로 조처를 해야 한다”라는 원칙인데요. 그래서 우리 법은 위해가 없음을 증명할 책임을 행위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30
그러면 데이터센터가 미치는 환경 영향의 입증책임을 지는 건 누구일까요? 기업입니다. 데이터센터를 다 짓고 나서 전기와 물이 부족하니 데이터센터를 철거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어렵겠죠.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 총량제를 비롯한 규제는 AI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간소화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처럼 경쟁을 위해서라면서 규제를 풀어주다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싱가포르처럼 한국이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 갈림길 위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준비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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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AI로 일자리 사라진다? 과도한 공포”, 경향신문, 2026.04.23, 김남희, 김송이 기자 ↩︎
- 서버: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고성능 컴퓨터로, 24시간 계속 작동합니다. ↩︎
- 데이터센터: 인터넷 서비스와 AI가 작동하기 위해 서버들을 모아둔 대규모 시설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는 이곳에서 실행됩니다. ↩︎
- “전력 수요, 14년 뒤 최대 26% 늘어난다”, 매일경제, 2026.04.22 ↩︎
- 「이재명 정부의 탈 ‘탈원전’…AI발 전력대란에 신규 원전 2기 건설」, 중앙일보, 2026.01.26 ↩︎
- “비용·투자 감안 수도권 vs 환경 때문에 바닷가”…데이터센터 입지 논란 가열, 에너지 경제 신문, 2025.05.11 ↩︎
- 「국가전력망 새 길 뚫어야 ‘AI 3강’ 혁신의 문 열린다」, 서울신문, 2026.01.26 ↩︎
- 국가전력망 새 길 뚫어야 ‘AI 3강’ 혁신의 문 열린다[4차 산업 동맥, 서남권 에너지고속도로], 서울신문, 2026.01.26 ↩︎
- 「에너지 대란 속 광주 전력 자립률 9.56% ‘전국 최하위’」, 2026.04.02 ↩︎
- 지산지소: 자원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개념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입니다. ↩︎
- 「세계 최대 3GW급 AI 데이터센터, 한국에 짓는다…전남 솔라시도 유력」, 전자신문, 2025.02.19 ↩︎
- [통합 현장을 가다] ③ “우리 손주들 일자리 생겼으면” 해남 솔라시도 기대, 연합뉴스, 2026-03-03 ↩︎
- [팩플] “GPU 녹아내리는 중”…챗GPT 서버 과부하 가져온 이 기능, 중앙일보, 2025.03.28 ↩︎
- 한국인이 체감 못하는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의 진실, 플래닛03, 2025.03.25, 이담인 기자 ↩︎
- 공랭식 냉각: 공기를 이용해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물 사용은 적지만 전력 소모가 큽니다. ↩︎
- 액침 냉각: 서버를 특수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효율은 높지만 비용이 높은 기술입니다. ↩︎
- ‘제본스의 역설’과 AI 시대의 탈성장,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2025 ↩︎
- 토큰 (Token): AI가 텍스트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로, 사용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증가합니다. ↩︎
- 「AI brings soaring emissions for Google and Microsoft」, NPR, 2024.07.12 ↩︎
- 「Singapore pilots sustainable way to grow data centre capacity」, Singapore EDB, 2022.07.20 ↩︎
- MS “한국, 2025년 AI 도입 속도 세계 1위…정부·챗GPT 덕분”」, AI타임스, 2026.01.11 ↩︎
- 행정명령 14318호 「데이터센터 인프라 연방 허가 가속화(Accelerating Federal Permitting of Data Center Infrastructure) ↩︎
- 「Electricity bills in states with the most data centers are surging」, CNBC, 2025.11.14 ↩︎
- 「Data Centers Are Already Increasing Your Energy Bills. We Have the Receipts.」, 미국 우려 과학자 연합(UCS), 2025.09.29 ↩︎
- 「Sanders, Ocasio-Cortez Announce AI Data Center Moratorium Act」,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보도자료, 2026.03.25 ↩︎
- 「US lawmakers push for pause in data centres until AI safeguards in place」, Al Jazeera, 2026.03.26 ↩︎
- Moratorium NOW: AI Data Center National Organizing Call, Bernie Sanders 유튜브 채널 ↩︎
- PUE (전력 사용 효율):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효율이 높습니다. ↩︎
- WUE (물 사용 효율):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
- 사전예방원칙의 적용 및 사례, 참여연대, 2002-0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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