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 김태희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 난방비 폭탄을 부르다
지난겨울 우리 집은 추워도 보일러를 18도로 맞추고 살았습니다.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양말을 껴입고 지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너무 춥다. 20도라도 안 되겠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가스비만 한 달에 10만 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큰 집도 아니고 자그마한 반지하 월세인데도요.
왜 그럴까요? 가스비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전 세계는 에너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1 작년 겨울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등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2 이는 국내 LNG 수급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택 난방용 도시가스는 서울 기준 2020년에는 14.2243 원/Mj이었는데, 2024년에는 22.3617 원/Mj 로 5년 사이에 57% 급등했습니다.3 정부는 “난방비 폭탄”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도시가스 비용 인상을 억제하려 했지만, 이는 도시가스 공사의 부실로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한국도시가스 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까지만 해도 3조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3조 원을 넘겼습니다.4
문제는 우리나라가 난방의 대부분을 도시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 중에 도시가스가 49%를 차지합니다.5 이러니 에너지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이상 이러한 불안정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태양이 만든 전기로, 에너지 안보를 지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선언했습니다.6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에만 15년 걸린다.” “발전소를 지을 곳도 없고 소형 모듈러 원전(SMR)은 기술 개발이 아직 안 됐다.” “지금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그 전력을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며 “관련 인프라·전력망을 깔아서 태양광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7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초기 설비를 투자하고 나면, 국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 속에서 유럽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많은 나라가 공격적으로 태양광을 늘렸습니다. 태양광 강국인 중국의 태양광 패널 수출량은 이란 전쟁 이후 2배 가까이 뛰면서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기도 하죠.8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60%에 달합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 비중 10.5%에 불과해 OECD 꼴찌입니다.9
문제는 태양광을 늘리더라도, 태양광은 전기를 만들지 가스를 만들진 않습니다. 전기로 난방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히트펌프에 있습니다.
전기로 열을 옮기는 히트펌프
보통 전기 난방이라 하면 전기 히터 같은 것을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 히터는 전기를 열로 바꿔서 난방을 합니다. 이는 컴퓨터가 뜨거워지거나 핸드폰이 뜨거워지는 원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100의 전기를 넣더라도 일부는 열로 버려질 수밖에 없죠. 효율이 100%인 컴퓨터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예 전기를 열로 바꾸면 어떨까요? 그게 전기 히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열효율이 100%
그런데 히트펌프는 열효율이 100%를 넘어 300%, 400%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열로 바꾸는 게 아니라, 열을 ‘옮기는’ 것이기 때문이죠. 에어컨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트펌프를 이용하면 전기 히터보다 몇 배 적은 전기를 쓰고도 효율적으로 난방을 할 수 있습니다.10 난방을 도시가스가 아니라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 히트펌프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태양광이 겨울에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태양광 발전은 당연하게도 햇빛을 이용해 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나날이 최대치를 찍고 있지만, 여름에 에어컨을 트는 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실제로 작년 여름 전력 피크 시기에, 태양광 발전은 전력 수요의 20%를 책임지기도 했습니다.11
그런데 겨울에는 어떨까요? 당연하게도 태양광은 밤은 물론이고, 해가 낮게 뜨는 겨울에는 전기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방을 전기로 바꾸면, 겨울철 전기 수요가 증가할 텐데 말이죠!
이것이 태양광을 비판하는 분들이 늘 이야기하시는 간헐성 문제입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낮에 배터리나 온수로 에너지를 저장해놨다가 밤에 꺼내서 쓴다거나요. 아니면 물을 전기 분해해서 그린 수소로 만들고, 암모니아로 변환해서 겨울까지 저장해놨다가 꺼내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른바 ESS 기술은 실제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위기 이후로 태양광의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에, 태양광의 간헐성을 해결하는 기술에도 많은 연구 개발과 투자가 있었습니다.12
버려지는 열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렇게 전기를 ‘저장’하고, 다시 꺼내 쓰는 게 100% 효율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뜨거워집니다. 배터리를 쓸 때도 뜨거워집니다. 충전한 전기의 일부가 열로 변하면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는 수전해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의 수전해 효율은 65.8%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시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또 상당 부분의 에너지가 열로 날아갑니다.13
그래서 이렇게 버려지는 열 때문에 “에너지 저장은 비경제적이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배터리나 수전해 시설을 만드는 것도 돈인데요. 같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 해도, 효율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태양광 패널을 깔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는 전기세 부담으로 이어지겠죠.
최근에 저희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전기의 상당 부분은 냉각을 위해 쓰입니다. 그러니까 뜨거워진 컴퓨터를 식히기 위해서라는 거죠. 데이터센터에서 소모된 전기는 모두 열로 바뀔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에너지가 어디로 갈까요.
버려지는 열이 겨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난방비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 이유는? 겨울철 난방 때문이었죠. 그러면 버려지는 열을 난방에 쓰면 되는 게 아닐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히트펌프는 열을 ‘옮겨’주는 것일 뿐입니다. 어딘가에서 버려지는 열이 있어야 겨울에 난방을 할텐데요. 수전해, ESS, 데이터센터 등 수많은 곳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는 히트펌프에게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수전해를 할 때나, 수소를 전기로 변환할 때 보통 폐열 회수 장치를 둡니다. 이런 폐열은 보통 저온이지만, 히트펌프를 이용해서 열을 모으면 고온의 온수를 끓일 수 있죠. 물은 비열이 높으므로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낮에 끓인 물을 지하에 있는 온수 탱크에 저장해두었다가, 사람들이 퇴근하는 저녁에 꺼내서 온수 샤워도 하고 밤에 난방도 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이러한 폐열 회수 시설을 이용해서, 중앙난방, 도시난방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핀란드 남부 항구도시 하미나(Hamina)에서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서 지역난방 수요의 80%를 해결하고, 2,000가구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14 데이터센터 폐열은 40~60℃ 수준에 불과하지만, 히트펌프 플랜트를 이용해서 8~90℃ 정도로 난방이 가능한 수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라남도 해남에 지어질 솔라시도의 3GW급 데이터센터에서도 폐열을 활용해 인구 5만의 난방을 제공하려 검토하고 있습니다.15 데이터센터 폐열로 수영장을 데우거나,16 딸기 온실의 공기를 데우는 등의 사례도 있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넘어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게 시장의 자유에 맡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폐열을 재활용하는 곳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미활용 열 이용 비율은 13%에 불과합니다. 87%의 열에너지가 버려지고 있는 것입니다.17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기 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등 히트펌프 공급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만,18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폐열 재활용에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정치적 여러 난관을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19
당연하지만 폐열 회수 시설에도 돈과 초기 투자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열은 전기와 달리 장거리 전송도 쉽지 않습니다. 이미 가스나 기름보일러를 설치한 뒤에 해체하고 다시 시설을 만드는 것도 낭비입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업자는 난방 전문가가 아니고, 태양광 간헐성이나 시민들 난방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장 실패가 시장에 의해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통과된 데이터센터 특별법에도 폐열 활용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부터 지역과 건설업자,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고, 이를 법제화하고,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에너지효율법(EnEfG)은 이미 데이터센터는 폐열 같은 에너지 재활용 비율(energy reuse factor, ERF)을 2026년부터는 10% 이상, 2027년 이후는 최소 15% 이상, 2028년 7월 이후에는 최소 20% 이상 달성해야 하게 하고 있습니다.20
스페인 생태전환부(MITECO)가 EU 에너지효율지침(EED)를 토대로 추진 중인 새 법안은 총 정격 에너지 입력이 1MW를 초과하는 데이터센터에 비용편익 분석 결과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폐열 활용을 의무화하고 있고요.21
물론 앞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폐열 재활용 시설을 짓는데에는 초기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게 희생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 역시 폐열을 팔아서 수입을 얻을 수도 있고요.22
더 나아가서 구글처럼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난방을 제공하여 수용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 물과 전기를 끌어가 전기세를 올리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난방비를 줄여주고 겨울에 집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더 나아가 태양광 간헐성도 해결하고, 기후위기를 막는 데에도 일조하는 데이터센터라면 누가 미워할까요?
그렇다면 폐열 재활용 규제는 산업을 망치는 정책이 아니라, 효율을 높이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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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동향과 러-우크라이나 분쟁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 영향,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 22-2호, 2022, 해외정보분석팀 김민주 전문원 ↩︎
- 중동 사태 이후 LNG 가격 급등… 아시아·유럽 두 배 상승, 에너지 플랫폼 뉴스, 2026.03.23, 송승온 기자 ↩︎
- 도시가스 요금표, 한국도시가스협회 ↩︎
- [분석]”난방비 인상이 답 아니다”…가스공사 미수금, 구조적 해결 시급하다, 에너지데일리, 2025.05.19, 조남준 기자 ↩︎
- 2023년도 에너지총조사보고서, 184페이지, 에너지경제연구원·한국에너지공단, 산업통상자원부 ↩︎
- [에너지이슈] “지붕이 곧 연금이다”…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100GW’ 시대, 민간이 답한다, 산경e뉴스, 2026.05.08, 이만섭 기자 ↩︎
- 이 대통령 “원전, 가동까지 15년…당장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 키울 것”, 경향신문, 2025.09.11, 반기웅 기자 ↩︎
- 이란 전쟁, ‘나비효과’…中 태양광 패널, 불티나게 팔린다, 지디넷 코리아, 2026.4.29, 이정현 ↩︎
-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10.5% ‘첫 두자리’…여전히 OECD 꼴찌, 한겨례, 2025.03.16, 박기용 기자 ↩︎
- [특별기고] 히트펌프의 오해와 진실, 칸, 2019.10.13, 강은철 기자 ↩︎
- 폭염에 에어컨 풀가동···전력수요 폭증에도 수급엔 여유가 있다?, 경향신문, 2025.07.10, 오동욱 기자 ↩︎
- 저장할 수 없는 전력…모자라면 정전, 넘치면 낭비…ESS가 해결한다, 한국경제, 2023.07.17, 배성수 기자 ↩︎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에너지 역할 분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2021 ↩︎
- 데이터센터의 열기가 아파트 온수로, 언폴드, 2026.03.31 ↩︎
- 데이터센터 폐열, 난방에너지로 활용…첫 발전소 해남에 들어서나, 뉴스1, 2026.05.28, 박영래 기자 ↩︎
- 데이터센터 폐열로 수영장 물 데운 파리올림픽, 기후에너지데이터뱅크, 2024.08.08 ↩︎
- 한국지역난방공사,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으로 저탄소 에너지 시대 선도, 스트레이트뉴스, 2024.09.24, 고우현 기자 ↩︎
- 공기열 재생에너지 인정으로 히트펌프 보급 날개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열산업 혁신과, 2026.03.04 ↩︎
-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냉난방 활용 사례와 정책적 시사점, 에너지경제연구원, 2019, 오세신 ↩︎
- How Germany’s Energy Efficiency Act will impact data center operators, Dentons, ↩︎
- Spain Proposes Strict Sustainability Requirements for Data Centers, Global Policy Watch ↩︎
- 도심에 데이터센터…’폐열로 난방’ 역발상에 빅테크 몰려왔다, 한경, 2024.10.20, 이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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