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계획

지난 6월 29일 이재명 정부는 AI 데이터센터1, 반도체 산단2, 피지컬 AI3 3가지의 대규모 개발을 약속하는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4 AI만 살펴보자면 SK, GS, 네이버 등 거대 기업이 550조를 투자해 2029년까지 8.4GW5 규모의 데이터센터6를 세우고요. 이를 2035년까지 18.4GW로 확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계획에는 이미 곳곳에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들은 빠져 있어, 실제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는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미 복선은 깔려 있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이야기 드린 것처럼 데이터센터 규제를 풀어주는 특별법이 통과되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원전 18기 규모에 달하는 18.4GW라는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녹색당 등 진보 정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7월 13일 125개 단체와 11개 연대체, 모두 136개 조직이 “개발 폭주를 멈춰라”라는 이름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7 녹색전환연구소는 2029년까지 8.4GW가 들어서면 2035년까지 누적 온실가스8가 8,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 추산하며, LNG9까지 총동원하는 이 계획을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환영한다는 일부 단체, 노조의 입장도 있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지나치게 수도권에 몰려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수도권에서는 겨우 50M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도 주민 반대 운동이 일어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배가 넘는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1개도 아니고 전국 방방 곳곳에 지어진다니. 이러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국내보다는 해외를 겨냥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보다는 지역의 저렴한 부지와 물과 전기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해 드렸듯이 데이터센터는 축구장 몇십 개 부지에 일자리를 수백 개도 창출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지역에 기금을 마련한다거나, 학교를 지어준다거나 하는 대가라도 필요할 텐데요. 지금은 오히려 세금을 깎아주고, 부지를 마련해주고, 기업에 특혜만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디서 세수가 확보되고 지역에 무슨 이익이 될까요? 지역을 살리기 위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만큼이나 놀라운 것입니다. 서울 집중이라는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환경 영향이 큰 시설을 지역에 건설하기만 하면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에서 배우자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미국 방방곡곡 수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 반대로 취소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은 7건에서 25건, 2026년에는 1분기에만 70건으로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뉴욕에서 50MW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이 시행되기도 했죠.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체계적인 조직화와 교육, 운동 전략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앞선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Media Justice에서 쓴 [데이터센터를 멈추기 위한 현장 조직가를 위한 안내서, An Organizer’s guide Toolkit for the field to stop data centers]의 내용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조직화의 기반을 다지고 정치에 대해 배우자
늘 그렇듯이 커뮤니티의 참여를 끌어내는 조직화로 시작합니다. 시민단체 활동가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들이죠.
지역에는 어떤 이들이 있고,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 청소년과 대학생, 소상공인, 주민 자치회 등등 이미 조직되어 있는 곳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같은 수원지나 전력망10을 공유하는 근처 커뮤니티가 있을 수도 있고요. AI가 일조하는 차별, 감시, 학살 등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도를 그려본 다음에는, 다양한 활동이나 공간을 만들어내자고 합니다. 청원이나 연대 서명부터. 대면 비대면 교육이나 모임을 만들 수도 있고요. 지역에 전단지를 돌리거나. 지역 신문이나 라디오 등 언론에 출연한다거나.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의회의 결정에 참관하고. 시위나 점거 등의 직접 행동부터 팻말을 만드는 작은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후속 연결(follow up)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석자 명단을 통해 연락처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기사나 소식을 공유하자는 것이죠. 조직화 목표를 설정하고 참석 확답을 받으라고 합니다. 전환율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3명 중에 실제로는 1명 정도가 오니 3배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40~60통의 전화 → 3~4건의 대화 → 1~2명의 긍정적 답변…) 그리고 모임 당일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1:1 리마인더를 보내라고도 하죠.
가이드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안내해 주는 다양한 템플릿을 제공합니다. 전단지, PPT 슬라이드, 호별 방문할 때 스크립트, 기고문과 유튜브 영상 목록까지. 조직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템플릿을 통해 빠르게 많은 걸 준비할 수 있죠.
이렇게 커뮤니티 기반을 다져가면서, 좀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도 찾아봐야 합니다. 환경 전문가나 기후 정의 단체, 공익 환경법 단체나, 커뮤니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협동조합 활동가나 정치인을 찾자는 것이죠. 특히 데이터센터가 세금을 내서 재정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착취 서사에 맞서 실제로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조직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나누고, 커뮤니티 협약을 만들고 갈등을 조정하는 법도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같이 회고하기 위한 템플릿도 제공하고요.

권력의 지도를 그리고 동맹을 만들자
그다음으로 필요한 일은 권력의 지형도를 그리고, 목표를 확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찾아야 합니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그때그때와 다를 수 있습니다. 보통은 지방 의회나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정치인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기업은 이러한 규제를 쉽게 건너뛰기도 하고요. 특히 일론 머스크의 xAI11가 어떻게 규제를 우회했는지를 예시로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 선출직 공직자를 건너뛰고 환경부나 보건국 같은 규제 기관으로 직행하는 것도 방법이라 합니다.
안내서에는 이러한 권력관계 지도 양식을 제공합니다. 의사결정권자, 우호 단체, 반대 단체, 인플루언서, 언론, 관련 기관, 개인 등을 지도에 적어 보면서 정리하고요. 각자가 찬성과 반대 스펙트럼 위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해 보자고 합니다. 소극적 지지자를 적극적 지지자로, 중립 층은 소극적 지지자로, 소극적 반대자는 중립 층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렇게 동맹을 구축한 뒤에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크게 3가지 전술을 제안하는데요.
하나는 회의장을 가득 채우는 것입니다.
공청회, 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같은 회의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라는 것이죠.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부담스럽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서사를 주도하는 것입니다.
언론과 SNS에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3부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직접 공개 행사를 여는 것입니다.
사실 기업과 정부는 공청회에 반대하는 주민이나 활동가를 초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직접 타운홀12을 개최하고 모든 의사결정권자를 초대하고, 초대에 응하지 않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유를 설명하도록 압박하자고 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핵심 문제에 집중하자
이런 활동은 다 좋지만. 부자들은 홍보와 언론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본에 맞서려면 우리도 프레임과 서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피해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상승하는 공공요금, 부족한 수자원에 대한 압박, 늘어나는 환경 오염, 악화하는 공중보건, 그리고 교육·의료·지역 기반 시설에 쓰여야 했을 세금이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통해 부유한 기업에 흘러가면서 사라지는 손실” 등등… 이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이번 한국의 지방선거에서도 지자체장 후보자들은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마치 지역 균형 발전과 이익이 되는 것처럼 속여왔습니다.
다음으로 진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어떤 이익을 보고, 정치인들과 어떻게 유착되어 있는지, 노동자를 위한 식량과 의료 등의 복지가 삭감되는 동안 부유한 기업에 어떤 특혜가 주어지는지 부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기업은 항상 반대에 대응하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에 오히려 물을 ‘되돌려 주고 있다’라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아름다운 커뮤니티 정책처럼 말이죠. 이러한 선전에 맞서기 위해 여러 쟁점을 숙지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안내서에서는 이를 정리한 팩트 시트13도 제공합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대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안내서에서는 Memphis Community Against Pollution (MCAP), No Desert Data Center Coalition, No Data Center in Landover, MD, Valle Imperial Resiste, Climate Justice Alliance, Honor the Earth, SGV Progressive Action 등 다양한 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명확하게 “그래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게 CTA(행동 촉구, Call To Action)를 꼭 포함하고요. 숏폼 영상은 3분 이내로 유지하고, 중요한 정보는 5초 안에 담으라고 합니다. 편집이 어색해도 상관없으니, 오디오가 깨끗하고 자막이 있도록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말합니다. 밈14이나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시하고, 다른 이슈들과도 연결하고, 링크들을 정리해서 중요한 자료에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이제야 시작된 한국의 AI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
이러한 안내서의 내용이 이미 익숙하신 활동가들도 많으실 것도 같습니다.
제가 이 안내서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지침만큼이나 축적되고 정리된 양식과 자료들이었습니다. AI와 데이터센터 문제에 대한 자료는 너무 많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다들 이리저리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자료도 SNS 카드 뉴스를 만들고, 쇼츠를 만들고, 전단지를 만드는 것도 피로한 일인데요. 많은 단체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활동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홍보가 되지 않으니, 조직화도 되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요. 해당 안내서에는 잘 만든 템플릿들이 많아서, 큰 노력 없이도 빠르게 운동을 시작하고 정말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의 AI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이제야 시작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 안내서에 나온 것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나 연대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교과서 같은 조언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현실로 만들면서, 우리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축적해 나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나아가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과 연대하고, 세계의 노동자 민중이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맞서는 투쟁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곧 AI 데이터센터와 메가 프로젝트에 맞서는 단체가 조직되고 활동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저도 녹색당 과학기술위원회도 저희의 역할을 다하려 합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의 첫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이번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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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AI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거나 서비스하기 위해 수만 대의 서버를 모아 놓은 대규모 컴퓨터 시설입니다. ↩︎
- 반도체 산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과 관련 기업을 한곳에 모아 조성한 산업단지입니다. ↩︎
- 피지컬 AI(Physical AI):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
- 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 생중계, https://www.youtube.com/watch?v=bAyaEvkZjtg ↩︎
- GW(기가와트): 발전소나 데이터센터의 전력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1GW는 약 10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에 해당합니다. ↩︎
- 데이터센터: 인터넷 서비스, 클라우드, AI 등을 운영하기 위해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를 모아 둔 시설입니다. ↩︎
- “개발 폭주를 멈춰라!”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 개최,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weather-change/climatechangeacction-climate-change/119453 ↩︎
- 온실가스: 지구의 열을 가두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등의 기체입니다. ↩︎
- LNG: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의 약자로, 발전에 많이 사용되는 화석연료입니다. ↩︎
- 전력망: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과 공장으로 보내는 송전선과 변전시설의 전체 시스템입니다. ↩︎
- xAI: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입니다. ↩︎
- 타운홀(Town Hall): 주민이나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개 토론회입니다. ↩︎
- 팩트 시트(Fact Sheet): 특정 주제의 핵심 사실과 통계를 한눈에 정리한 자료입니다. ↩︎
- 밈(Meme):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변형되는 유행 콘텐츠나 표현 방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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