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3일 EU가 구글에 EU 디지털시장법 (Digital Markets Act, DMA) 위반으로 총 8억 9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규제 관행에 대한 공식 무역 조사를 예고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DMA뿐만 아니라 디지털서비스법 (Digital Services Act, DSA), AI Act1 등을 통해 빅테크기업2의 활동을 규제하려는 EU의 법안들이 미국과 EU의 통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달 뉴스레터에서는 미국과 EU의 통상 갈등의 원인이 된 DMA와 DSA란 무엇이며 이 법안들이 왜 EU와 미국 간 통상 분쟁의 요소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 통상 갈등이 한국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디지털 시장법이란 무엇인가?

DMA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의 입구를 통제하는, 이른바 ‘게이트키퍼3‘가 되었을 때,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법입니다.
과거의 경쟁법이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뒤 조사해 처벌하는 방식”이었다면, DMA는 일정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에 미리 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는 사전 규제(ex ante regulation)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EU 집행위원회가 DMA의 단독 집행기관이며, 기존 EU 경쟁법과 함께 적용됩니다. 현재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주요 기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Alphabet, Apple, Meta, Amazon, Microsoft, ByteDance, Booking.com
즉 미국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중국계 ByteDance와 유럽계 Booking.com도 포함됩니다.
DMA가 금지하거나 요구하는 대표 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구글 검색이 자사 쇼핑·호텔·여행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더 눈에 띄게 배치하는 것처럼, 플랫폼이 자사의 서비스를 검색·추천 결과에서 우대해서는 안 됩니다.
- 외부 결제와 외부 구매 안내 허용4: 앱스토어5 운영자는 앱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외부 결제 방법을 알려주거나 링크를 제공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이를 흔히 anti-steering 의무라고 합니다.
- 앱스토어와 운영체제6 개방: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경쟁 앱스토어, 외부 앱 설치, 제3자 결제수단7 또는 운영체제 기능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합니다.
- 개인정보 결합 제한: 동의 없이 서로 다른 플랫폼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결합해 광고에 이용하는 행위가 제한됩니다.
- 상호운용성8과 데이터 접근9: 게이트키퍼가 자사 서비스나 하드웨어에 제공하는 일부 기능을 경쟁 서비스에도 공정하게 개방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이면 최대 20%까지 벌금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구조적 위반에는 사업 일부 매각 같은 구조적 조치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2. 이번 구글 제재는 무엇 때문인가?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구글이 두 가지 DMA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구글 검색에서 자사 쇼핑/호텔/교통/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제3자 서비스보다 우대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4억 6천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둘째, Google Play가 앱 개발자들이 소비자를 외부의 더 저렴한 구매 수단으로 안내하는 것을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4억 3천만 유로가 부과됐습니다. 합계는 8억 9천만 유로입니다.
이전에도 EU는 2025년 4월 DMA에 따라 Apple에 5억 유로, Meta에 2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Apple은 외부 구매 안내 제한, Meta는 개인정보를 덜 사용하는 대체 서비스 선택권과 관련해 위반 판정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개별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Apple, Google, Meta 등 미국의 핵심 산업기업이 연속적으로 제재받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3. 디지털서비스법(DSA)는 DMA와 무엇이 다른가

DMA가 주로 경쟁과 시장지배력을 다룬다면, DSA는 플랫폼의 온라인 안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룹니다. 주로 소셜미디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10, 검색엔진, 앱스토어 등을 대상으로 하며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합니다.
- 불법 콘텐츠와 불법·위조 상품에 대한 신고·처리 절차
- 광고와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 미성년자 보호
- 민감정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일부 맞춤형 광고 제한
- 허위 정보11, 선거 개입, 기본권 침해 등 시스템적 위험 평가
- 연구자에 대한 플랫폼 데이터 접근
- 다크패턴12과 기만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한
EU 월간 이용자가 4,500만 명 이상인 초대형 플랫폼과 검색엔진에는 훨씬 강한 의무가 적용되며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이 가능합니다. 미국 보수 진영과 플랫폼 기업들은 특히 DSA의 콘텐츠 관리·허위 정보 대응 조항이 미국 기업에 유럽식 표현 규제나 검열 기준을 강요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DMA와 DSA가 미국 기업의 소비자 대응 방식과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대상으로 명시했습니다.
4. 미국이 이를 통상 문제로 보는 이유와 EU의 입장
미국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사실상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이다: 법률 문구는 국적 중립적이지만, 세계 최대 플랫폼의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므로 실제 규제 비용과 벌금이 미국 기업에 집중됩니다. 미국은 이를 법률상 중립이지만 효과상 차별적인 규제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EU는 ByteDance와 Booking.com도 게이트키퍼로 지정돼 있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미국 서비스는 제외된 사례도 있으므로 국적에 따른 규제는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 유럽 시장을 이용한 미국 기업 과세이다: 미국 행정부는 EU의 대규모 벌금과 유럽 각국의 디지털 서비스세가 사실상 미국 기업의 수익을 유럽 정부로 이전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2025년 2월 백악관은 외국 정부의 디지털세, 벌금, 규제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보복 조치를 검토하라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DMA와 DSA도 명시적으로 검토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 기술·지식재산의 강제 개방이다: 미국은 상호운용성, 운영체제 개방, 검색 데이터 제공 의무 등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경쟁사에 사실상 이전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26년 7월 USTR 대표는 EU의 최근 조치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위험을 일으키고, “사실상의 강제 기술이전과 지식재산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EU는 경쟁에 필요한 제한적이고 비차별적인 접근 의무라고 반박합니다.
-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이다: DSA가 불법 콘텐츠뿐 아니라 허위 정보, 선거 위험,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는 EU 규제가 미국 플랫폼의 콘텐츠 정책과 표현의 자유 원칙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미국의 표현의 자유 기준은 유럽보다 대체로 강하게 보호되는 편이므로, 같은 플랫폼에 서로 다른 규범이 적용되면서 정치적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EU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pple과 Google은 앱스토어를, Google은 검색을, Meta는 소셜네트워크와 광고시장을 통제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장 인프라가 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 경쟁법은 조사와 소송에 수년이 걸립니다. 제재가 내려질 무렵에는 경쟁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처벌만으로는 디지털 시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앱 개발자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외부 결제를 막거나, 검색엔진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면 소비자 가격과 선택권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EU는 DMA와 DSA가 특정 기업을 벌주기 위한 법이 아니라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규칙이라고 주장합니다.
5. 향후 일어날 일과 한국에 시사하는 바
이후 일어날 일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무역법 301조13 조사를 진행한 뒤, EU의 규제를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으로 판단해 유럽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24일 EU의 빅테크 벌금 관행에 대해 즉각적인 무역 조사를 예고하고 상당한 관세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EU에 DMA 자체의 폐지나 적용 제외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DMA와 DSA는 EU 회원국 전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이고, EU는 이를 통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 주권14의 문제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률 폐지보다는 벌금 규모와 산정 방식을 조정하거나 기업에 더 긴 규제 준수 기간을 제공하는 등의 타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EU의 빅테크 규제 갈등이 한국에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디지털 규제가 더 이상 순수한 국내 산업/소비자 정책이 아니라 통상/외교/안보 정책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미 2025년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양국은 망 사용료15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위치정보/재보험/개인정보 등을 포함한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을 촉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 USTR도 2026년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이 약속을 명시적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즉 한국의 플랫폼법, 망 사용료, 데이터 규제가 앞으로 한미 통상 협상의 평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2026년 4월 미국 의원들이 Apple, Coupang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한다고 주장하자, 한국 외교부는 국적과 무관하게 국내법과 절차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 압력이 있다고 해서 플랫폼 규제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관련 분쟁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25년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접수는 전년보다 32% 증가했습니다. 검색 순위, 수수료, 광고비, 판매 대금 정산, 계약조건 변경과 같은 문제는 실제 국내 소상공인과 입주업체의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필요한 규제를 하되 통상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법안 설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 공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해당하는 보편적인 기본 의무를 정하고, 시장지배력이 확인된 플랫폼에 대해 사전 규제와 사후 처벌을 혼합한 법안을 세우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6. 결론
미국과 EU의 통상 갈등을 단순히 어느 쪽의 논리가 더 타당한지를 둘러싼 충돌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 갈등의 배경에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시민의 데이터와 정보 접근 경로를 통제하며, 노동자와 입주업체의 거래조건까지 좌우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오늘날 빅테크 기업은 단순한 민간기업을 넘어 사실상 디지털 사회의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권력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의사결정은 민주적 통제보다 주주가치와 시장 확대의 논리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곧바로 차별적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관세로 대응하려는 태도는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지배력 남용과 개인정보 침해, 불투명한 알고리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는 것까지 국가 간 통상 문제로 전환한다면, 기업의 경제적 이익이 시민의 권리와 각국의 민주적 규제권보다 우선하게 됩니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초국적 기업의 권한만 확대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만드는 질서는 지속 가능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EU의 규제 역시 그 자체로 충분한 해답은 아닙니다.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는 플랫폼 경제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경쟁기업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가 자동으로 보장되거나, 시민의 개인정보가 공공적으로 관리되거나, 알고리즘이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의 목표는 단지 더 많은 기업이 경쟁하도록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가 누구를 위해, 어떤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지를 묻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플랫폼 노동자16와 입점업체의 교섭권을 강화하고, 수수료와 알고리즘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며, 개인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시민의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필수적인 디지털 서비스는 민간 플랫폼의 독점에만 맡기지 않고 공공 플랫폼, 협동조합형 플랫폼, 데이터 공공재와 같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많은 이윤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디지털 질서를 위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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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AI Act: 인공지능의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 기준을 정한 EU의 인공지능 관련 법입니다. ↩︎
- 빅테크(Big Tech): Google, Apple, Meta, Amazon, Microsoft처럼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초대형 IT 기업을 말합니다. ↩︎
- 게이트키퍼(Gatekeeper): 다른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을 뜻합니다. ↩︎
- Anti-steering(외부 구매 안내 허용 의무): 앱 개발자가 앱스토어 밖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을 플랫폼이 막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
- 앱스토어(App Store): 스마트폰에 설치할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입니다. ↩︎
-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기본 소프트웨어입니다. Android와 iOS가 대표적입니다. ↩︎
- 제3자 결제수단: 플랫폼이 제공하는 결제가 아닌, 다른 회사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
-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서로 다른 서비스나 시스템이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성질입니다. ↩︎
- 데이터 접근(Data Access): 특정 서비스가 보유한 데이터나 기능을 다른 기업도 일정 조건 아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여러 판매자가 한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입니다. ↩︎
- 허위 정보(Misinformation): 사실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의미합니다. ↩︎
- 다크패턴(Dark Pattern):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교묘한 화면 설계나 디자인입니다. ↩︎
- 무역법 301조(Section 301):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무역 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미국 법률입니다. ↩︎
- 규제 주권(Regulatory Sovereignty): 한 국가나 지역이 외부 압력과 관계없이 스스로 법과 규제를 만들고 집행할 권리입니다. ↩︎
- 망 사용료(Network Usage Fee): 대형 콘텐츠 기업이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비용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 논의입니다. ↩︎
- 플랫폼 노동자: 배달앱, 대리운전앱, 호출앱 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를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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